마더/봉준호/ 미친 감독과 미친 배우가 만나 카메라를 탄다
 *주의; 스포일러 만땅



개봉하자마자 봤지만 국상 기간엔 내 나름의 추모 방식으로 추모하고, 입을 닫자고 결심했기에 이제야 포스팅을 올린다.


마더를 본 소감을 짧게 표현하자면...... 봉준호, 김혜자 모두 미쳤다. 진정한 광기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시퍼렇게 날선 작두 위에서 맨발로 춤을 추는 무당처럼 김혜자, 봉준호는 카메라 위에서 춤을 춘다. 이들은 흡사 작두 타는 무당처럼 카메라를 탄다.


봉준호의 천재성은 파격적인 광기가 아닌 상식, 도덕, 일반적인 것들과 그 외 패륜, 부도덕, 광기 등 대척점에 있는 것들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긴장감이다.


박찬욱의 광기가 거침없이 내지르는 패륜, 근친상간, 단절, 노골적인 불편함이라면 봉준호는 아닌 척 하지 않으면서 실제로 아닌 점을 보여주려는 광기다.


불편함과 불쾌감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긴장감이다.


영화는 혼이 빠진 김혜자가 갈대밭을 걸어와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김혜자의 그 몸짓은 이제 슬슬 달려보겠다며 시동을 거는 구식 대형 버스를 연상시킨다.


지능이 조금 모자란 아들 도준을 데리고 시골 읍내 장터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며 동시에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야매로 침을 놓아주는 뽀르꾸 침쟁이 엄마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도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아들에 대한 불편한 집착과 근심으로 점철된 일반과 이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기묘한 모성을 보여준다.


영화의 전부를 지배하는 긴장감은 불편함과 맞닿아있다.


트렁크 브리프만 입고 엄마의 가슴을 만지며 자는 아들 도준. 노상 방뇨 하는 아들에게 다가가 약을 먹이며 아들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눈길(그 눈빛이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는 엄마만 알겠지만). 정력에 좋다며 아들에게 약재를 넣고 삶은 닭고기를 건네면서도 여자와 자야겠다는 아들의 말에 터무니없는 웃음을 짓는 엄마. 어떤 욕망인지, 어떤 속내인지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아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출할 순 없지만 이러한 아슬아슬한 성적 긴장감 저변에는 불쾌감이 서려있다. 그렇다면 불쾌감이 긴장감으로 치환 될 수 있는 감정인가? 명화 마더에 의하면 ‘예’라는 대답이 나온다.


성적 긴장감은 쾌감일 수도 있고,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도 있기에 단순하게 성적 긴장감이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하고 성적 불쾌감이 영화를 지배하는 축이다.

   

모자란 아들 도준이 어느 날 친구를 만난다며 나가 밤늦도록 혼자 술을 퍼붓고 만취 상태에서 귀가하는 여고생을 희롱하고 돌아와 팬티 바람으로 엄마의 가슴을 만지며 잠든다.


그런데 다음날 그 여고생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아들은 여고생 살해 사건 피의자로 수감된다.


내 아들은 아니라며 한사코 아니라며 아들의 구원자로 나선 엄마는 폭주하려는 광기와 이를 가까스로 붙잡으려는 이성과 줄다리기에 들어간다.


내 아들만 아니라면 누가 되든 상관없는 진짜 범인의 증거 채집을 위해 아들 친구의 집을 무단 침입해 골프채를 훔쳐 나오고 죽은 여고생의 사생활을 캐고 다닌다.


이 과정에서 죽은 여고생이 동네 남자들을 상대로 몸을 팔아 생활을 이어나갔던 사실을 알아내고 증거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동시에 엄마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드는 여고생의 핸드폰까지 입수한다.


구치소 안에서 엄마의 명에 따라 명상하고 기억해내는 일에 몰두한 아들은 마침 살해 사건이 발생한 당일 여고생의 집 안쪽에서 본 노인을 얼굴을 떠올리고 엄마의 손에 넣은 여고생의 핸드폰 사진에 찍힌 인물을 지목한다.


고물상 노인. 비오는 날 그 노인에게서 천원 주고 다 망가진 우산을 샀던 엄마. 기꺼이 고물상으로 기어든다.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려 기어든 고물상에서 아들이 진짜 범인임을 알았을 때, 그 아들을 살인자로 만든 원인 제공이 자신임을 알았을 때에야 폭주해버리는 엄마.


너를 바보라고 하는 사람한텐 참지 마. 족쳐버려.


잠시 잠깐 폭주했던 엄마가 제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고물상 할아버지의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멀쩡한 정신으로 고물상에 불을 지른다.


그리고 며칠 후... 진짜 범인이 잡혔다며 아들보다 더한 정신지체 장애인이 구치소로 수감되고 아들은 석방된다.


엄마는 진범으로 지목된 정신지체 장애인을 보며...


“너 옴마 없어어어?” 라고 바윗덩이 들여 놓은 가슴을 안간힘을 다해 표출할 때 영화는 절정을 맞이한다. 이쯤 되면 반전, 군데 군데 깔아 놓은 복선 모두 무의미해진다.


잠깐씩 아들이 제정신 일 때 공포를 느끼는 엄마에겐 차라리 아들이 제 정신이 아닐 때에야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탄 고물상에서 엄마의 침통을 대견스럽다는 듯 찾아다 준 아들. 그 아들이란 십자가를 등에 지고, 자신과 아들의 죄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할 아직도 많은 날들.


엄마는 동네 사람들과 떠나는 관광도중 아들이 찾아준 침통에서 침을 하나 꺼내들고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는 침자리를 찾아 스스로 바늘을 찌르고 일어나 관광차 안에서 미친 듯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영화는 뒤통수를 후려 때리는 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시종일관 관객의 일정한 긴장감을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는다.


마더에서 엄마의 모성은 이상적인 모성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유독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모성이라고 평가할 순 없다.


일반적이지 않은 아들을 둔 엄마에게 기대하는 일반적인 모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내지르는 파격, 의도적인 불편함이 아니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불러일으키는 불편한 감정을 자체를 이해시키는 감독이 대체 몇이나 될까?


그런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다 표현해주는 배우는 또 몇이나 될까?


이 몇 안 되는 희소성 있는 배우와 감독이 만나 카메라 위에서 신들린 춤을 보여준다.


하얀 종이를 놓고 훅 불기만 해도 스르륵 소리를 내며 갈라질 것 같은 시퍼런 작두날 위에서 신들린 춤을 추는 맨발의 무녀.


뽀샵, 환상이라고는 조금도 허락하지 않은 불편하고도 위험한 카메라를 들이대는 감독과 그 카메라 위에서 맨몸으로 춤을 추는 배우. 보통 궁합이 아니다.


영화 초장부터 관객은 이 두 사람에게 놀아난다.


언뜻 보면 잔인하고, 야하면서도 그것이 일상적으로 느껴져 지루하기 그지없는 프랑스 영화의 속성에서 지루함을 적당한 리듬감, 긴장장감으로 대체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봉준호 감독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시니컬한 광기가 있다.


난 마더를 보고난 후 봉준호 감독이 무서워졌다.


마더마저 대박을 터뜨린다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은 진짜 괴물이 탄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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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피루왁 | 2009/05/30 19:59 | 리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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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5/30 21: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코피루왁 at 2009/05/30 22:07
저도 근친상간이라 단정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엄마와 아들 그리고 영화 전반에 성적 텐션은 유지 되고 있는걸로 봤고요. 그래서 인륜의 선을 넘지 않은 일반적이지만 기묘한 모성이라 표현한 것이구요.
Commented by 지나가지못함 at 2009/05/30 23:48
스포일러 표시를 다 읽고 나서 봤네요;;;;
Commented by 코피루왁 at 2009/05/31 00:07
저런...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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