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김현탁의 '산불' - 착각하지 마라!! 연출가는 창작하는 사람이지 평론가가 아니다!!

※ 본 리뷰는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해 작성된 리뷰입니다. 연극에 맞게 희곡 방식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연극 시작 전 무대위]

부제 ; 개소리! 잡소리! 헛소리! 닥쳐!!


등장인물 


루왁 ; 주인공. 모 블로그 이벤트로 당첨된 연극표 두 장으로 애인을 꼬드겨 연극 관람. 공짜로 얻은 티켓으로 애인에게 갖은 생색은 다 낸다.

수소풍부수 ; 오타쿠. 6년 사귄 애인을 3살 연하의 후배에게 빼앗기고 그 아픔을 잊고자 동네 백수 친구 루왁을 너!쏠래? 라는 술집으로 불러내 만취상태에서 홧김에 루왁에게 뽀뽀 한 번 한 죄로 코 꿰임. 같이 술 마셔 줄 친구들이 모두 바빠 땜빵으로 어쩔 수 없이 백수로 한가한 루왁 불러내 술 마시다, 쓰리고에 피박, 독박, 오광에 광박까지 뒤집어 쓴 꼴이라고 한탄하나, 이미 대세는 기울었음.

보릿물 ; 어쩌다보니 루왁과 친해져 매일 루왁에게 삥 뜯기는 삶을 산다. 루왁의 철저한 내숭에 속았다고 봄. 이 날도 루왁이 씩씩거리며 오늘 밤 술 안 사주면 집 앞에서 한 달 열흘 농성한다는 협박에 저녁밥 짓다 말고 뛰쳐나왔음.

금대패 ; 보릿물의 낭군. 역시, 같이 사는 마누라 때문에 죄 없이 쫓아 나와 루왁에게 삥 뜯김.


장소 ; 혜화동의 작은 BAR. 이 날도 보릿물과 금대패 씨는 루왁의 난데없는 호출로 대학로까지 끌려나와 술을 산다. 늘 그렇듯이 루왁은 얻어먹으면서 자기가 쏘는 듯한 포스를 풍긴다.



루왁 ; (섹스 온더 비치를 빨대로 쭈욱 빨아 마시며, 콧소리로) 자기! 오늘 연극 어땠어?


수소풍부수 ; (잭콕을 한입에 톡 털어 넣고, 서비스로 나온 땅콩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 뭐, 포스트모더니즘 같은데....... 잘 모르겠어. 무기력하고, 허영기 많은 젊은 예술가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연출.


보릿물 ;(맨해튼에 딸려 나온 꼬지에 꿴 올리브를 빼 먹으며) 원래, 포스트모더니즘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지.(질겅질겅) 자기, 이거 하나 먹을래?(금대패씨 입에 올리브 하나를 넣어주며)


금대패 ; 뭐셔!! 이것이 뭔 맛이여!! 맛 읎서!


루왁 ;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도... 애초에 장신구라는 정체성은 있잖아! 이건 뭐 걸쇠도 없는 돌댕이 가지고 와서 머리에 이고서 남들을 콧등으로 내려 보는 꼴이라니. 걸 곳이라도 있어야지!(분노한다. 술 한 잔 들어가니 용기 만땅) 저 혼자 예술 해?? 내가 이거 홍대리 님에게 공짜로 받은 티켓이라서 웬만하면 재미있다고 해주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잖아!!


보릿물 ; 홍대리가 꼭 니네 회사 대리인 것 처럼 말한다?

루왁 ; 찌릿 ㅡㅡ

보릿물 ; 딴청

수소풍부수 ; 현시연 오덕들도 그런 식으로 자기 작품 제작해놓고 주인공들 보면서 딸딸이 치진 않아!


루왁 ; (이를 갈며 눈을 부릅뜬다) 쓰으. 콱 그냥!


수소풍부수 ; (깨갱하며 쪼그라든다, 괜히 바에 흐르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음악에 심취한 척 한다) 라랄랄라.


루왁 ;(팔 걷어 부치고, 침 튀겨 가며, 광분한 모습, 약 장사 포스가 느껴진다) 진짜, 이러니까 우리나라 공연예술이 이렇게 사양길인거야! 뭐 예술 좀 한답시고, 엘리트인양 한껏 지식의 허영에 들떠서 자기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을 과시하려고 하잖아. 어느 예술 작품이든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느끼면 되는 거 아냐? 그리고 시간 지나고 떠올려 보며 어떤 감각으로 남는 여운 같은 거... 그런게 소위 예술가들이 부르짖는 예술작품들 아니야? 왜 강요해?


수소풍부수 ;(열렬히 공감하며, 뭔가 억울한 듯이) 맞아! 사랑도 느끼는 거야! 넌 왜 강요해!


루왁 ;(찌릿) 콱 그냥!!


수소풍부수 ;(루왁의 포스에 눌려 살며시 고개를 돌리며) 여기! 잭 다니엘 한 병이요!


금대패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을 세어본다) 술값은 누가 내?


일행 모두 금대패 씨 말을 못 들었다는 듯, 무시한다.


루왁 ; 암튼! 나 공연 보면서 뭔가 자꾸 주입당하는 기분 들어서 화딱지 났어. 너희들이 이거 이해해?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어? 이러면서 무시당하는 기분 들어서 무지 불쾌했어. 새로운 시도? 좋다 이거야! 포스트모더니즘? 좋다 이거야. 최소한 그래도 관객들에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변명할 수 있는 꺼리는 줘야 하는 거 아냐? 이건 뭐 씨발스럽게 부러운 홍라희 여사가 구입한 89억짜리 행복한 눈물은 김현탁의 ‘산불’ 에 비하면 왜 89억인지 평론 쓰라면 원고지 천장도 쓸 수 있을 거 같아! 차범석의 ‘산불’ 원작 읽고 오지 않은 사람은 이거 뭔 소린가 싶어 멍해지지나 않을까 몰라. 연극 보는 사람이 차범석의 ‘산불’ 읽고, 차범석의 희곡연구 공부 해 와야 하는 거야? 그래야만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적어도 연극이라고는 쌩판 처음 보는 무지렁이 시골 할머니가 봐도 뭔 소린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냐? 왜 김현탁의 ‘산불’은 홀로 완성적이지 못한 건데?(슬슬 술기운이 올라 루왁의 눈이 풀어진다) 무지렁이 시골할머니라도 보면서 아이고! 사월이 저년 저 나쁜 년! 이런 소리나오게 하고, 사월이 양잿물 마시고 죽을 땐 아이고! 모진 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생목숨을 끊어. 지독한 년!  이 정도의 반응은 이끌어내야 진정한 예술 아냐?


보릿물 ; 자자, 진정하고.( 속으로 이년 또 이러네. 오늘 또 달려주시겠구먼)그래서 내가 이안감독 영화가 보면서 기분 나쁘다니까. 관객들을 가르치려 해서. 막 강요해. 동성애를 이해 못하면 돌 맞아 죽는 거고, 용인 못하면 죄다들 바보, 멍청이에 편협한 인간이 되는 거고.


금대패 ;(수소풍부수랑 서로 양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그 색,계에서 양조위 거시기 나온 영화감독이지?


보릿물 ; 맞아. 거 왜 도중에 양조위 느껴서 눈 풀어지고 땀방울 흘리던.


루왁 ; (수소풍부수가 마시려던 양주 스트레이트 잔을 뺏어들고 한입에 톡 털어 넣는다) 문제는 그 예술성, 예술성에 대한 집착이란 말이지. 왜 연출가, 소설가, 감독 소위 말하는 가방끈 좀 길다는 예술가들의 과시욕, 지적 허영에 대한 만족감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니까 관객들에게서 외면 받는 거야.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 작품들 현학적인 어휘로 도배해서 있어보이게 한 다음 결론은 훌륭한 예술성 있는 어쩌고 하면서 똥구녕 핥아주길 바라는 거 아냐? 그냥, 무슨 추석특집 “불효자는 웁니다!” 보면서 우는 아줌마들에겐 그것이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한 훌륭한 창작물이고, 차범석의 ‘산불’ 그대로 정신 나가 빠진 년 귀덕이, 욕구불만에 쌓이고 쌓인 사월이, 음전한 척, 효부인 척 하며 뒤로 호박씨 까는 점례만 올려놓았어도 작품은 완성 되는 거야. 예술가들이 그렇게 집착하고, 부르짖는 상징성과 리얼리즘의 최고봉인거야!


보릿물 ; 관객들 공부 시키고 싶으면 차라리 선생질을 하던가. 주입식 교육 짜증나지도 않나? 아니면 주입식 교육의 병폐인건가.


루왁 ; 아니 대사를 생략했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없어서. 가끔씩 나오는 대사들이 뭔 말인지. 불친절해도 유분수지. 관객들에게 너무 불친절했어. 뭐, 팬터마임도 아니고, 뮤지컬도 아니고, 정신병자 몸부림도 아니고 지들끼리 사방 군데 뛰어다니고, 뽕 맞은 사람들처럼 벌벌 떨고.


보릿물 ; 말 그대로 삽질이네!


루왁 ; 쌩뚱맞아. 거기다가 어찌나 산만해주시는지. 여기저기서 각자 몸놀림을 하는데 대체, 어디다 눈을 두고 봐야 하는지. 막 시작할 때마다 왼쪽에 놓인 화면에서 뭐라, 뭐라 설명이 나오는데, 그 어두컴컴한데서 그 글씨가 눈에 보이냐고? 거기다가 무대 위를 보기도 바쁜데, 언제 고개 돌려 그 설명을 보고 앉아있어? 그리고 음악들은 뭐여?


보릿물 ; 지들이 연극을 알아?


이쯤 되면 모두들 술에 취해, 각자의 말만 한다.


수소풍부수 ;(이미 맛이 가, 정신은 저 안드로메다로) 그래도 네글리제 입은 언니들 몸매는 이쁘더라. 헤~~~~~


루왁 ;(표독스럽게 눈을 치켜뜨며) 죽고 싶지?


수소풍부수 ;(술이 확 깬다) 그러니까, 그건 너의 이해부족이야.


루왁 ; 그러는 넌? 넌 이해했어?


수소풍부수 ;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해되는 거 같기도 해.


루왁 ; 이해하면 하는 거지, 같기도 는 또 뭐야? 같기도 가.


수소풍부수 ; 그러니까, 이제부터 귀에 걸고, 코에 걸어보자는 거지. 진지하게.


루왁 ; 진지하게?


수소풍부수 ; 처음 등장하는 우스꽝스런 사무라이 패션의 허공에 대고 칼질만 하는 사람은 말이지, 끝나지 않을, 베어도 베어지지 않을 이념이니, 운명이니 부르짖는 것들하고 하등 상관없는 민중들의 몸부림이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덩어리들은 전쟁이라는 상흔, 즉 폭격이란거지. 그 폭격들로 인해 기구한 과부들이 탄생하고. 네글리제 차림의 여자들이 돌덩이를 각자 두 개씩 들고 가잖아. 하지만, 우스꽝스런 정신 나간 사무라이는 하나고. 남자들은 자기가 벌인 일에 대한 대가지만, 여인들은 일방적인 폭력 앞에 인내를 강요받는 거지. 일단, 여기까지는 차범석의 ‘산불’ 내용을 다 안다는 전제하에서 연출한 연출가의 오판이었지. 관객들을 과대평가하고 전문적으로 연극을 다룬 전문가인 자기들 수준으로 평준화 시켜 본 실수는 있었지만, 네가 말한 것처럼 그런 허영이나 지식의 과시 같은 오만은 아니라고 봐.


루왁 ; 호오......(수소풍부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수소풍부수 ; 그리고 2막 피와 눈물의 춤에서도 보면 어차피 전쟁 자체가 광기야 광기. 미친 세상, 미친 사람들 속에서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 미쳐야 살아갈 수 있지? 그 광기를 시니컬한 웃음으로 내지는 생명력으로 이겨내며 조롱하고 싶었던 거지. 아마도 연출가는 오만함 보다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지렁이처럼 땅바닥을 기어서라도 살아낸 여인들에 대한 경외심이 더 강했을 걸?


루왁 ;(황홀한 눈빛으로 수소풍부수를 바라본다) 오타쿠가 원래 멋있는 남자를 이르는 말이었구나!


보릿물 ;(루왁을 불쌍하다는 듯 바라본다)쯧쯔. 박복한 년. 어쩌다가 저런 오타쿠를 남친으로 둬서. 그 동네 터가 안 좋아, 터가!


수소풍부수 ;(의기양양해진 수소풍부수) 에헴. 사월의 빨간 풍선이나, 저글링도 여인의 일생 같은 슬픔의 상징성으로 표현되었잖아. 문신을 새겨주는 점례와 규복의 모습은 둘의 사랑이 결국은 두 사람의 몫이 아니라 온전한 규복의 몫이고, 그 관계에서 자신의 욕망대로 진실했던 사월의 죽음으로 자유하게 된다는 말 대신 사월의 담뱃불에 풍선이 터질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지? 여인의 굴레 속에 갇혀있는 듯 하면서도 일탈을 일삼았던 점례 만 무사하게 되지만. 가야 하는 길만, 가던 길만 걷고, 뛰어야 하는 점례의 남은 생애가 과연 행복할까? 남은 생이 밭가는 소나 돼지와 다를 바 없는 불행한 인생이라고 단정 짓는 듯 보여주잖아.


보릿물 ; 그건 너의 억지야!


수소풍부수 ; 억지는 무슨. 누님 말씀대로 내식으로 해석한 포스트모더니즘 화 시킨 산불 연극 감상이지.


금대패 ; 우리 고향 영암산은 요즘 봄 인디 산불 안나나 모르겠네.


모두들 무시.


루왁 ; 그럼, 전자로 움직이는 미니카는 전투기를 상징하는 거야? 차범석의 ‘산불’ 처럼 전시의 마을 풍경?


수소풍부수 ; 그럴 수도 있겠다.  여성의 억눌린 성적 욕망을 저고리와 긴 치마로 표현하기보다는 네글리제로 표현했듯이. 모든 여성들이 다들 사월이와 다르지 않다는 표현을 네글리제로 대신하지 않았을까? 다만, 다른 아낙들은 감춤과 대바늘로 허벅지를 쑤시는 인내의 미덕을 신봉하고 있었고, 사월이는 솔직했다는 차이를 김현탁의 ‘산불’ 은 아예 모든 여자 출연자들을 똑같이 벗겨버림으로써 없애버렸잖아.


루왁 ;(제법진지) 근데, 말이지... 오늘 보러 온 모든 관객들이 차범석의 ‘산불’을 다 알진 않아. 그걸 아는 너만이 이런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거야.


보릿물 ;(이쯤에서 술이 취한 보릿물! 눈이 풀렸다) 맞아! 사람은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야해! 차가운 머리만 있는 예술은 죽은 예술이야!


루왁을 비롯한 일동 ; 아, 예. 지당하십니다.


수소풍부수 ; 하긴, 그게 바로 아쉬운 점이지. 가슴에 남아있는 게 아니라 머리만 있었던 연출.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시도와 연출이 족쇄가 됐지. 새롭다기 보다는 관객들의 반발심을 사게 됐잖아.


루왁 ; 난 괘씸하기까지 해. 차라리 아줌마들이 보면서 욕하는 드라마들이 오히려 진실 되고 감동적이게 다가오기까지 해. 적어도 그 아줌마들은 그 작품 자체에 몰입한고 있다는 반증이잖아. 김현탁의 ‘산불’은 작품의 몰입도를 무시한 연극이라고 봐. 그러니까 내 옆자리에 아저씨는 초반부터 널 부러져서 네 활개를 펴고 잤지. 팸플릿도 기껏 사서 나더러 가지 라더라고. 난 또 아저씨가 나의 미모에 반해서 줬는지 알았네.


수소풍부수 ; 오, 주여! (애써 이성을 찾으며) 그래도 기본적인 차범석의 ‘산불’에서 보여주는 공간분할, 대립, 비틀어진 리얼리즘이 보이긴 했잖아?


루왁 ; 억지로.


수소풍부수 ; 억지로?


루왁 ; 응. 억지로. (에헴, 목청을 가다듬고, 뽐내듯)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역사란 있었던 사실의 기록이고 시는 있을 법한 세계의 표현이다 라고 했잖아. 시는 말이 아닌 비극이고, 비극은 희곡이라는 말로 대체시킨다고 했는데, 그러면 희곡은 실제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대나 어떤 장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세계 속을 그러내는 창조 작업이라고 봐야 옳다고 했잖아?


수소풍부수 ; 호오.(루왁을 다시 본다)


루왁 ; 그럼, 차범석의 ‘산불’ 원작은 의심할 수 없는 그런 진실성이 있어. 거기다가 세월이 흘러도 한국 희곡의 최고봉이라고 불리워 질 정도로 생명력을 갖추고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의 영원성도 갖추고 있고, 우리의 슬픔으로 일그러진 역사 속에서 진짜로 일어났던 사건 같기도 하고 역사가 되풀이 된다면 진짜로 여자들이나 나약한 아이들의 점례나 귀덕이 사월이 같은 운명으로 전락하게 될 것 같잖아. 그러니까 차범석의 ‘산불’이 진정한 리얼리즘이지. 하지만, 김현탁의 ‘산불’은 억지로, 억지로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설득시키고, 당해야 하는 그런 거란 말야. 공간분할, 대립은 어느 정도 보여 졌지만, 연출가 특유의 의도성과 상징성 때문에 오히려 리얼리티는 떨어져. 거부감마저 들고. 억지!!


수소풍부수 ; 억지 부리는 덴 너 따라올 자 있겠냐?


루왁 ; 죽고 싶지? 간만에 진지해지나 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금대패 씨와 보릿물은 둘 만의 분위기에 취해 딴 세계에서 놀고 있다.

루왁 또한 저 안드로메다로.


루왁 ; (혼잣말 하듯) 정말 한 사람을, 두 사람이 공유할 수 있을까?


수소풍부수 ; 한 사람을 두 사람이 공유할 수는 있어도 하나의 성을 두 개의 성이 공유할 수는 없지. 인간의 성은 원래 일시적이라도 상호 독점적이고자 하는 욕심을 불러오잖아.


루왁 ; 완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면 모순이 되겠지? 공유하려는 시도 자체가 죽음과 맞닿아 있으니까. 김형경 소설 성에에서도 보면 결국, 유토피아로 보인 그 세계에서도 한 여자와 두 남자 모두 공유한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가, 한 남자의 독점욕 때문에 죽게 되잖아. ‘산불’에서도 보면 성의 공유는 규복이 이용당했다고 울부짖고, 점례에 대한 사람이라는 허울 좋은 독점욕 때문에 서서히 균열이 가고...  근데, 또 아내가 결혼했다 에서 보면 어쨌든 억지로라도 공유는 이뤄지잖아. 두 남자와 결혼한 한 여자.


수소풍부수 ;(언성이 높아진다) 썅. 그러니까 못 버팅기고 외국으로 기어 나가잖아! 유토피아라고 짐작되는 곳을 찾아서. 그게 도피지 유토피아야? 그러니까, 너도 바람 폈다간 어떤 새낀지 그 새끼 뒈지고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야.


루왁 ;(흠칫) 니가 그런 말 할 처진 아닌데... 너나 바람피우지마! 너 그년 다 잊었어?


수소풍부수 ; (움찔) 여기, 얼음물 한 잔이요!


잠시 침묵.


루왁 ; 넌, 점례가 좋아, 사월이가 좋아?


수소풍부수 ; 점례.


루왁 ; 보는 눈도 없다. 우리 국군 만세! 호박씨 까는 청순가증형이나 좋아하구! 그러니까 니가 여자한테 배신을 당한거야!


수소풍부수 ; 얘기가 왜 또 그쪽으로 흘러가는데? 그러는 넌? 사월이? 그럼, 넌 빨갱이냐?


루왁 ; 그래! 솔직하잖아.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도. 최소한 뒤통수 치고 호박씨 깔 년은 아니잖아?


보릿물 ; 맞아! 비련의 여주인공인 척 하는 부류들 짜증나! 어느 순간에도 당당해야지!


루왁 ; 거봐!


수소풍부수 ; 그러는 너도 말로만, 머리로만 솔직한 척, 쿨한 척 하잖아! 느껴도 신음 소리 한 번 못 지르면서!


금대패, 보릿물 ; 킥킥킥.(입가리고, 소리죽여 웃는다)


루왁 ;(어버버버버) 죽고 싶지? 넌 부끄러움도 몰라?


수소풍부수 ; 연인사이에 무슨 부끄러움? 흥?


루왁 ;(소리를 꽥 지르며) 나한텐 부끄러움도 사랑이야!


수소풍부수 ;(정색하며) 아무튼, 김현탁의 ‘산불’은 나쁘진 않았지만, 표현하자면...... 어디서 보고 배운 건 있어서, 테크닉만 화려하고 기본적인 배려와 감정이 없는 섹스 같아. 관객들을 단순하게 섹스파트너로 본거야. 서로 공감하고, 나누고, 소통해야 하는 연인이 아니라.


루왁 ; 빙고! 쾌감은 있지만, 정신적 오르가즘은 없는...


수소풍부수 ;(아니꼬운 듯) 허이고!  니가 오르가즘을 알아?


루왁 ;(테이블을 주먹으로 탕 치고 일어서서) 닥쳐! 우쒸! 너 진짜 죽을래?


루왁과 수소풍부수는 대판 싸우고, bar에서 쫓겨나다. 이로써 그 날의 술값도, 뒤처리도 금대패 씨와 보릿물여사가 했다는 후문이 전설 따라 삼천리.......



덧, 어디까지나 리뷰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리뷰에 등장인물은 모두 가상인물임을 밝혀둡니다.  


렛츠리뷰
by 코피루왁 | 2008/04/07 23:36 | 리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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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기자 이야기] at 2008/04/26 00:12

제목 : [베스트리뷰] 연극 '산불'이 뽑혔네요!
베스트리뷰로 뽑혔지만, 사실 마음이 그리 편치 않습니다.쓰디쓴 한약을 먹고 난 뒤 기분이랄까요.우선 공연준비한 분들께 "미안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네요.사실 이번 리뷰는 본의아니게 다소 신경질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마냥 "좋다. 좋다"는 것보다는, 진짜 느낌을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정말 그것 뿐입니다.부디 연출자 김현탁씨를 비롯, 공연하느라 고생한 배우분들 모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이번에도 제 글을 베스트로 뽑아......more

Linked at EBC (Egloos Broa.. at 2008/04/25 13:58

... tp://birdcage.egloos.com/3704381) 이기자 (http://goster.egloos.com/4274490) 코피루왁 (http://procecutor.egloos.com/4276589) 수오 (http://scapegoat.egloos.com/1735020) 위의 선물은 17차 상품을 보내드렸던 주소로 4월 29일에 ... more

Commented at 2008/04/15 15: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코피루왁 at 2008/04/15 18:50
비밀/ 예, 고맙습니다. 보고 와서 성실한 리뷰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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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이유 없이 해코지 하지 않는다. 내가 행하는 정치적 행위중 유일하게 완벽한 건 정신착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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