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요구한 이념미. 단상 그리고...

TV 를 안보는 나는 드라마 조차도 최근 6년 간 챙겨서 본 것이 하나도 없다. 요즘들어 보고 있는 드라마가 하나있다.
바로 "연개소문" 이다. 그럭저럭 전투장면도 좋고, 꽤 재미가 있다. 지난주 방송에 주라후와 고건무의 비사성 전투중 '박명' 이라는 작전이 있었다. 고건무가 쓰는 이 작전을 위해 우선 자신들의 목숨을 내어놓으며  적을 묶어두고 수나라의 학익진 작전을 흐트려 뜨려야 하는 임무였다. "문달" 장군과 "고승" 장군이 목숨을 내어놓으며 자신들이 그 선봉에 서겠다고 나섰다.

"장군들 살아서 다시 만나기 어려울 거요."
"영광입니다. 죽어서 영원히 살 것 입니다."

고건무가 죽으러 가는 두 장군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대 고구려가 영원히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문달 장군은 임무를 다하여 산화되었고, 고승 장군 또한 임무를 마치며, 가까스로 살아돌아 오긴했다.

고구려가 요구한 이념에 합당한 애국자였고, 몇 천 년이 지난 역사속에서도 잊혀지지 않고 대대로 이름을 남기고는 있다.


예전에 봤던 영화 "황산벌" 마지막 장면을 보면 계백장군이 전쟁에 나가며 자기 부인과 자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자식을 막아서는 계백 장군의 부인을 보며 계백은 말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법. 나도 곧 따라 갈텐게, 이러지 마쇼."

계백 장군의 부인은 울부짖는다.

"이 염병할 인간아. 니가 가장이라고 해준 것이 뭐가 있어? 평생 전장터로 싸돌아 다니고 자식새끼들 싸질러 놔놓기만 했지 해준것이 뭐가 있어?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뒈지는 것이고, 사람은 이름때문에 뒈지는 거야! 뒈질라면 너나 뒈져. 내 생때같은 자식들은 가만 놔두고!"

그러나 자식과 부인 모두 자기 손으로 죽이고 나간다. 핑계야 자기가 패장이 되면 자기 자식과 부인들은 적장의 손에 죽던가 노비가 되기 때문에 그러기 전에 자기 손으로 죽였다곤 하지만... 글쎄...

그래놓고 전쟁에 나가선 적장의 아들 관창을 세 번이나 살려준다.

징키스칸 역시 자기부인과 아들을 죽인 적장의 마누라를 죽이지 않고 자기의 부인으로 맞이하여 산다.

세상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진정 남자 내지는 장수라고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미에 스스로가 기만당한 것이다.

개인의 행복을 놓고 보자면, 어찌 진정 행복이라 할 수 있겠는가? 계백 부인과 자식들은 자기 가족에게 이해 못할 이유를 들어 파리목숨 내놓듯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린 자식 "관창"은 왜 내보내냔 말이닷!! 언제 관창이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겠는가 말이닷!! 강요 내지는 강압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역사속에 이름을 남기고 사라진 장수 하나를 위해, 억울하게 희생된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을 땐 과연 그것 조차 옳바른 이념이었는가 의문을 가져본다.

그래서 일까? 그 코믹 영화 황산벌 에서 기억나는 것은 본질을 꿰뚫어본 계백장군 부인의 마지막 한 마디 대사만 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이따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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